이야기/공연

인어공주 / 국립발레단

Ryn×Min 2024. 6. 6. 20:20

 

무대 한가운데에 저렇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조개껍데기는 무얼 상징하는 것일까

  • 관람일시: 2024.05.01
  • 캐스트
    • 시인: 변성완
    • 인어공주: 조연재
    • 왕자: 이재우
    • 바다마녀: 곽동현
    • 공주: 곽화경

 

디즈니 인어공주보다 안데르센 원작 인어공주에 초점을 맞춰서 제작했다는 극.

작중 시인이 그 안데르센을 나타내는 캐릭터라고 한다.

 

처음에는 엄마랑 같이 보려고 했지만

시놉시스를 아무리 읽어봐도 이건 엄마랑 같이 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안될 것 같은 데다가

원래 계획하던 일정도 완전히 틀어져서 결국 혼자 보게 되었는데

혼자 봐서 더 좋았던 공연이었다.

 

사진 상에 보이는 물결무늬의 빛이 수평선과 파도를 나타내고 그걸로 지상과 수중을 구분하는 연출이 인상적.

그리고 수중의 인어들을 보여주면서도 무대 천장에 배 모형이 지나가도록 만들어서

왕자가 저기 있구나 하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극은 시인이 짝사랑하던 친구의 선상 결혼식에 참여했다가 흘리는 눈물을 따라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시작하는데

사실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시인이 처음에만 잠깐 등장하는줄 알았는데

극중 내내 인어공주의 그림자처럼, 혹은 인어공주가 자신의 그림자인 것처럼 인어공주의 주변을 맴돌며 함께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역시 자기자신을 나타낸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이했던 점은 의상이나 춤이 성별에 덜 구애되는 것처럼 보인 것.

실제 바다마녀도 발레리노가 담당했는데, 최근에 트위터에서 봤던 인어공주 만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극 시작 전부터 무대 한가운데에 놓여있던 큰 조개껍데기는 인어공주가 항상 들고 다녔는데,

극 후반부에서 그걸로 왕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려는 것을 보고 그게 인어공주와 왕자의 추억, 혹은 시인과 그 친구의 추억을 표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자라는 캐릭터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가벼운 인상이어서 인어공주가 대체 왜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선상에서 골프를 치질 않나, 마지막에 공주와 결혼한 직후에 인어공주에게 다가가던 모습도 (물론 닿기 직전에 멈추고 공주를 찾아가지만.) 너무 별로였고.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어쩌면 인어공주와 결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인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인어공주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 모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공연이었다.

한 번만 본 게 아쉬울 정도.

언젠가 다시 무대에 올라온다면 또 보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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