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책

홍학의 자리 / 정혜연

Ryn×Min 2024. 9. 21. 16:49

 

※ 스포일러 신경안쓰고 적는 글이니 추후 읽을 예정이시라면 글 안 보시는거 추천

 

인터넷에서 보고 궁금하긴 했는데 읽을 방도가 없어서 제목 기억만 하고 있다가 친구가 밀리 구독하고 있다길래 살짝 끼어들어서 봤다.

읽기 전부터 반전이 있다는건 알고 있어서 읽는 내내 그게 대체 뭘까 생각하면서 읽었음.

생각해보면 내가 반전을 알고있다는 사실이 나를 옭아맨 것 같긴 하지만.

 

읽는 내내 범인 후보도 엄청 바뀌었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였다가 김 선생이었다가 김 선생 부인이었다가 절친이었다가

하여간에 대체 누군지 읽는 내내 궁금했지

결국엔 김 선생이었지ㅋ

 

익사까지는 그렇게 놀랍진 않았다.

솔직히 주인공 초반부터 너무 별로였어서 

(미자랑 성관계하면서 ㅋㄷ도 안써, 확신도 안줘, 심지어 유자녀기혼남이야, 그를 설명하는 모든 정보가 주인공이 개쓰레기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ㅇㅇ)

저놈이 과실치사로 사람 죽였다고 해도 그럼 그렇지 싶었음

 

근데 마지막에 피해자가 남자애란거는 진짜 생각도 못했다.

아니 사실 보면서도 좀 이상한 부분이 있긴 했었음.

아무리 사기로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자신이 힘들게 살았다 해도

남고생이 어릴 적부터 절친했다던 여고생을 그렇게 주먹으로 때려???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붙여????? 자타공인 모범생이라매????????

그리고 옆집 아주머니가 할머니랑 여고생이랑 둘이 살다가 이제 여고생 혼자만 살고 있었는데도 걱정을... 안하더라고...?

게다가 대문 걸쇠가 고장나서 안잠겨...? 아무리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고는 해도 애가 너무 강심장인거 아냐? 싶었는데

남자애란거 나오자 마자 소설 읽으면서 가졌던 모든 의문이 다 해소되어버림

그래서...

아...

솔직히 처음에 둘이 관계 하고 나서 애가 옷벗고 있는 채로 선생이란 새끼가 그냥 나가버리길래

대체 이런 매너 꽝인 놈이 뭐가 좋다고 매달리나 싶었는데

아... 네...

 

물론 아무리 동성간의 사랑이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그랬다고는 해도

애초에 선생이란 놈이, 아니 성인이란 놈이 미자를 대상으로 그러는게 말이 되나 싶어서

피해자 성별이 뭐가 됐든 간에 주인공이 쓰레기란 관점에는 변함이 없음

동성애자라고 동정표를 주고 싶지도 않음

소설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 문단도 주인공의 그 찌질하고 재활용 불가능한 점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은데

주인공 부인만 제일 불쌍하게 됐지

그런 취급 받으면서 옥바라지는 또 할 것 같은 점이 씁쓸한 부분이긴 하다.

 

여튼 이 소설의 반전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의 영향이 크겠지.

그렇지... 이름만으로 성별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는건데 말이지...

영상이나 그림이 아닌 글이다 보니 가능한 트릭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킬링타임용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음.

한 번 읽으면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이 많은데 그런거 읽기에는 구독 서비스가 제일 좋은거 같긴 하다.